제주 조천 청와대 출신 셰프의 상춘재

 

 

외지고 한적한 마을
그 외퉁이 너무도 아름답고 조용한 마을안에
세련되고 정갈한 외관의 한 곳 상춘재
줄지어 늘어선 차들이 그 내부의 상황을 짐작케하며
입장 전 웨이팅을 예상했고
역시나 대기번호를 부여받았다
맛으로 정평이 난 곳은
이제 대기가 필수로 자리매김했다

 

자리에 앉아 주문을 하고서는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살피는 일련의 기다림후에

순서에 맞춰 차려지는
음식의 정갈함에 한번 놀라고
맛보는 음식마다 그 깊은 맛에 다시금 놀랐으나
이 모든 연출과 제공이
청와대 출신 셰프님의
솜씨일거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다
그러다 한쪽 벽위에 봉황문양이 새겨진
접시나열을 보고는 그 연유를 짐작하게 되었다

 

내가 주문한 해물돌솥비빔밥은
새우 문어 전복 등의 푸짐한 해산물이
주연급의 무지막지한 양을 뽐내고 있었고
새싹채소와 날치알
그리고 밥이 만들어낸 조연의 황금비율을 완성하여
환상스런 맛의 조화를 이루었다

일행이 주문한
뭉게(돌문어)비빔밥
역시 아쉬움없는 완벽한 한끼였다
특이한 점은 비빔밥에 올려지는
일반적인 형태의 고추장소스가 아니라
메뉴별로 달리 제공되는 각개의
특별소스가 제공되는데
젓가락으로 살짝 간을 보니 이 맛이 기가 막힌다
이전 비빔밥에서는 볼 수 없었던 비주얼이다

 

또한 기본으로 제공되는 찬
어느 하나 아쉬움없이
심심하지만 깊이감 풍부한
내공이 아린 맛이 느껴졌다
양념하나, 김치 한 조각조차 감격스러웠다

 

방금 밭에서 갓 수확한듯한 보이는
야채는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싱싱함과 푸르름을 보여주며
그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고
다소 심심해보이는 두부 역시
시판되는 맛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이는
수제두부의 깊은 맛이 있었다

 

사진에 담을 수는 없었지만

눈으로 훤히 보이는 깨끗한 주방내에는
나이가 지긋해 보이시는
연륜의 셰프님이
분주하고도 차분한 움직임을 선보이고 계셨다

 

벗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을
훤히 보여주는 창밖의 풍경과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빼어난 음식이 함께하니
더이상 무언가가 필요없을 정도로 더할 나위 없었다
홀에서는 바쁘지만 친절히 맞아주시고
분주히 손님을 환대하고 계신다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림의 미덕을 보여주는
외부 대기고객들의 부러움을 뒤로하고
즐겁게 식사를 즐기고 있는
홀 내부 고객들의 입에서는
연신 감탄사가 나오고
음식에서 눈과 입을
뗄 수 없는 무아지경 상태에 빠져있었다

진짜 좋은 음식을 접할때면
대부분 부모님
그리고 가족과 다시금 함께
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 역시도 이 곳에서 다음에는 누구와
또 그 다음 순은 누구와 와서
어떤 메뉴를 맛보고서
그 즐거움을 안고 갈지에 대한
행복한 고민이 이어졌다

좋은 사람들에게 반드시 추천하고 싶은 상춘재
부디 소문은 더디길 바랄 뿐이다